스마트폰 하나면 언제든 녹음과 녹화가 가능한 시대다. 직장에서도 ‘혹시 모를 분쟁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대화나 회의를 녹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직장 내 녹음은 단순히 ‘내가 대화 당사자인가’라는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회사 안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 내에서는 조직구성원에 대한 징계가 가능하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대화에 직접 참여한 사람이 그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타인 간 대화를 제3자가 몰래 녹음한 경우와 달리, 대화 당사자가 녹음한 경우는 ‘타인 간의 대화’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2006.10.12. 선고 ).
하지만 여기서 곧바로 ‘직장에서 자유롭게 녹음해도 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함부로 녹음·재생·배포되지 않을 ‘음성권’을 가진다고 본다.
다만 대화 당사자의 녹음이 언제나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며 △녹음의 목적 △필요성 △방법 △사후 사용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5.4.15. 선고).
예컨대 분쟁 예방을 위한 증거 확보 목적이 있고 녹음이 법원이나 노동위원회 제출 용도로만 사용된 경우라면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명시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망이나 협박 등 부당한 방법으로 녹음하거나 녹음파일을 외부에 무단으로 배포하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직장질서다. 법원은 직장 내에서 이루어진 비밀 녹음이 조직의 신뢰관계를 해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동료 직원들의 대화를 비밀리에 녹음하고 이를 고소자료로 제출한 행위에 대해 직원 간 불신을 야기하고 직장 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95.6.29. 선고).
하급심도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부서 간 회의 등을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한 행위가 조직 내 협업관계를 해칠 수 있다며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서울행정법원 2021.4.29. 선고).
물론 모든 녹음이 징계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부당노동행위와 같이 피해자가 증거 확보를 위해 제한적으로 녹음을 하는 경우에는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
결국 법원이 보는 핵심 기준은 녹음의 목적, 필요성, 범위, 사용 방식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대화 당사자가 녹음했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처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직장 내에서 아무런 문제도 없는 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
특히 회의나 대화를 상습적으로 녹음하거나 동료 직원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녹음하는 행위는 조직 내 신뢰를 해치는 행동으로 평가될 수 있고, 그 결과 징계사유가 될 가능성도 있다.
녹음은 때로 분쟁에서 중요한 증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직장이라는 공동체 안에서는 그 자체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녹음이 가능한가’가 아니라, ‘그 녹음이 필요한가, 그리고 정당한 방식인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스마트폰이 모든 순간을 기록할 수 있게 만든 시대지만, 모든 순간을 기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직장이라는 공동체에서 중요한 것은 증거보다 먼저 신뢰일 수 있다.
법이 허용하는 행위라도 조직 안에서는 또다른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오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의 대표변호사) △서울대 간호대 졸업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변시 4회) △서울대병원 외과중환자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 심사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강원특별자치도 행정심판위원 △질병관리청 규제개선 위원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 전문가위원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의료기관평가인증원 등 자문 △대한간협 및 서울시간호사회, 한국전문간호사협회, 대한조산협회 등 자문 △한국의료변호사협회 이사 및 복지환경노동위원장
출처 : 세이프타임즈(https://www.sa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