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혼자 당직을 보던 1년차 전공의가 급성후두개염 진단 환자를 혼자 이동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았다. 이렇게 일손이 부족한 병원에서 연이어 의료사고가 발생한다면 원장은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앞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원장 구속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
법률사무소 선의 오지은 변호사는 지난 23일 한국의료법학회 월례학술대회에서 의료기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두고 이같이 전망했다
상시 근로자가 5인 이상 병·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다. 따라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다 하지 못한 병원 이사장이나 원장은 의료기관에서 중대산업재해나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하면 처벌받는다. 사망자가 발생하면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연면적 2,000㎡ 이상이나 병상 100개 이상 규모 의료기관은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돼 중대시민재해까지 적용된다.
지난 1월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작해 오는 2024년에는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따라서 인력이나 시설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한 의료기관 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전임의는 물론 전공의나 간호 인력 부족으로 일어난 사고가 ‘원장 구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 변호사는 “지금까지 의료사고 중 ‘담당할 의사가 부족했다’거나 ‘간호조무사만 야간 근무를 하고 있었다’고 하거나 의료기기 관련 사고면 병원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 환자측도 불리했고 민사로 합의가 가능한 여지가 컸다”고 했다.
오 변호사는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등장하면서 이제 이 인력과 기기 관리가 병원 책임이 됐다. 환자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법 위반이 되는 것이다. 공중이용시설로서 병원이 그 지배·운영·관리 주체가 되면 여기에 ‘잘못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의료사고가 곧장 원장 책임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의료사고가 일어날 위험을 ‘알고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다. 첫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를 방치해 재발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오 변호사는 “전공의의 단독 의료행위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물어 원장을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고가 재발하는 경우”라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위험성 평가를 주기적으로 하게 돼있다. 이 사업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 가능한지 그 위험성을 개관적으로 평가하고 지침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사고가 재차 발생한다면 원장이 처벌망에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일단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되면 운영상 타격은 불가피하다. 재판을 통해 무죄 판결받더라도 낙인은 피할 수 없다. 오 변호사는 그 예로 지난 2017년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을 들었다.
오 변호사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으로 의료진이 구속 수사까지 받았고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은 여전히 환자와 보호자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1심과 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행 초기고 아직 의료 분야 사례가 없는 점도 문제다. 대응법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1호’가 되는 순간 다른 의료기관 본보기가 될 수도 있다.
오 변호사는 “아직 의료기관 관련 기소는 없다. 즉, 판례도 없다. 그래서 ‘처벌되느냐’ 이전에 사법부가 강력히 문제 제기를 할 때 의료기관이 어떤 자료와 논리로 항변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1호 병원이 되는 순간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진다. 걸리는 순간 다시는 운영 못 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나친 ‘공포심’을 가지거나 ‘설마’라는 생각에 중대재해처벌법 대비를 회피하지 말길 권했다. 재해 예방이 목적인 만큼 의료진 교육 등 법에서 요구하는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처벌되지 않는다.
오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의도는 어떤 사유로든 단 한 명이라도 죽거나 다치는 일이 없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근로자나 관리감독자 수준에서 처벌해도 이룰 수 없으니 지배 구조, 운영과 조직 문화를 만들고 인력과 예산 체계와 절차를 수립한 사업주, 경영책임자를 대상으로 이를 지키라고 있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 행위 그 자체와 의료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발생 원인에 조직 문화가 관련되거나 기계와 인력 관리 부족이 걸리지 않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이 부분에 대한 교육이 앞으로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청년의사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5422
저자: 고정민 기자님